솔직히 저는 그를 그냥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쯤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 봤던 이웃집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재미있다는 것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니, 제가 20여 년 동안 그의 작품을 표면만 훑었다는 게 부끄러워졌습니다.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뒤에 이 정도의 문제의식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전쟁과 물질문명이 빚어낸 문제의식 미야자키 하야오는 1941년 일본에서 태어났습니다. 태어난 해에 태평양 전쟁이 발발했고, 어린 시절 그의 가장 오래된 기억 중 하나는 폭격 소리입니다. 가족이 도쿄를 떠나 이주한 우쓰노미야 지역에도 대규모 공습이 있었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것도 그가 네 살 무렵의 일이었습니다. 이 전쟁 체험이 그의 창작 세계..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난해하다는 느낌부터 들었습니다. 일본의 역사적 배경이나 신화적 요소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봤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주인공 마히토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특히 돌아가신 어머니가 어린 소녀 히미의 모습으로 나타나 아들을 지키는 장면에서는 모성애라는 게 국경을 넘어 보편적인 감정이구나 싶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환상적인 이야기를 그린 것이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자전적 고백이자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비판, 그리고 창작자로서의 치열한 고뇌를 담은 작품입니다. 어머니의 부재와 모성애, 그리고 전쟁의 상흔영화는 1944년 도쿄 대공습으로 시작됩니다. 주인공 마히토는 화재가 난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그 전에 굳이 옷을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