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2시,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는 시간에 오히려 문을 여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요. 저도 처음엔 그냥 제목이 특이해서 눌렀습니다. 근데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단순한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아챘을 때쯤엔, 이미 한 에피소드가 끝나 있었습니다.밤에만 열리는 식당, 그 설정이 이미 반칙이다일반적으로 심야 영업 식당이라고 하면 술집이나 편의점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건 조금 달랐습니다. 밤 12시부터 오전 7시까지만 문을 여는 심야식당은, 낮에는 절대 꺼내지 못할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사람이 가장 솔직해지는 건 피곤하고 취약해지는 늦은 밤이라는 걸, 이 영화는 설정 하나로 이미 보여주고 있었습니다.이..
열심히 달리는데 왜 더 지치기만 할까요? 저도 한동안 그 질문을 붙들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본 영화 한 편이 그 답을 조용히 건네줬습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이야기입니다. 산림청이 주관한 '산숲 하면 떠오르는 영화' 인기투표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작품입니다.지쳐서 멈춘 사람들이 시골로 간 이유영화 속 주인공 혜원은 임용고시(교원임용시험)를 준비하며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삶을 이어가다 결국 시험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옵니다. 여기서 임용고시란 공립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치르는 국가시험으로, 수험 기간이 길고 경쟁이 치열해 많은 청년이 몇 년씩 도전하는 시험입니다. 저도 비슷한 상황을 겪어본 적 있어서 혜원의 귀향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고향에 내려오자마자 혜원은 소꿉친..
쉬는 날인데도 괜히 불안한 적 있으십니까. 저는 그랬습니다. 달력에 빨간 날이 찍혀 있어도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아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못 하고 하루를 흘려보낸 날이 꽤 많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접한 일본 영화 한 편이 제가 쉬는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영화가 바로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2007년작 〈안경〉입니다.슬로우시네마가 주는 힐링의 정체〈안경〉은 이른바 슬로우시네마(Slow Cinema) 장르에 속합니다. 슬로우시네마란 사건 전개나 갈등 구조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일상의 속도 그대로를 화면에 담아내는 영화적 방법론을 말합니다. 극적인 반전도 없고 복잡한 인물 관계도 없습니다. 그냥 밥을 먹고, 바닷바람을 맞고, 빙수를 혀로 녹이는 장면들이 이어집니다.처음 이 영화를 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