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그를 그냥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쯤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 봤던 이웃집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재미있다는 것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니, 제가 20여 년 동안 그의 작품을 표면만 훑었다는 게 부끄러워졌습니다.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뒤에 이 정도의 문제의식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전쟁과 물질문명이 빚어낸 문제의식 미야자키 하야오는 1941년 일본에서 태어났습니다. 태어난 해에 태평양 전쟁이 발발했고, 어린 시절 그의 가장 오래된 기억 중 하나는 폭격 소리입니다. 가족이 도쿄를 떠나 이주한 우쓰노미야 지역에도 대규모 공습이 있었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것도 그가 네 살 무렵의 일이었습니다. 이 전쟁 체험이 그의 창작 세계..
혜성 충돌로 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마을. 이 참사를 막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두 남녀의 이야기가 2016년 일본 전역을 뒤흔들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단순한 로맨스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했는데, 보고 나니 재난에 대한 일본 사회의 집단적 트라우마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었습니다.인연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너의 이름은」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무스비(結び)'입니다. 여기서 무스비란 실을 엮어 끈을 만드는 전통 기법이자, 동시에 사람과 사람, 시간과 시간을 연결하는 운명의 끈을 의미합니다. 미츠하의 할머니가 쿠치카미자케(口噛み酒)를 빚으며 설명하는 장면에서 이 개념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쿠치카미자케는 무녀가 쌀을 씹어 발효시킨 전통주로, 신에게 봉헌하는 신성한 매개체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난해하다는 느낌부터 들었습니다. 일본의 역사적 배경이나 신화적 요소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봤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주인공 마히토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특히 돌아가신 어머니가 어린 소녀 히미의 모습으로 나타나 아들을 지키는 장면에서는 모성애라는 게 국경을 넘어 보편적인 감정이구나 싶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환상적인 이야기를 그린 것이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자전적 고백이자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비판, 그리고 창작자로서의 치열한 고뇌를 담은 작품입니다. 어머니의 부재와 모성애, 그리고 전쟁의 상흔영화는 1944년 도쿄 대공습으로 시작됩니다. 주인공 마히토는 화재가 난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그 전에 굳이 옷을 갈..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또 비슷한 청춘 로맨스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보고 나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두 주인공이 각자의 방식으로 과거에 발이 묶여 있다가, 서로를 통해 현재를 살아갈 힘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생각보다 깊게 남았습니다.각자의 방식으로 과거에 묶인 두 사람카오루는 여동생을 잃은 뒤 가정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어머니는 집을 떠났고, 아버지는 술에 기대어 폭언과 폭행을 반복했습니다. 그는 그 모든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었고, 여동생을 되살리면 다시 화목했던 가족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생존자 죄책감(Survivor's Guilt)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생존자 죄책감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뒤 자신이 살아남은 것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