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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를 못해도 무대에 서는 것이 옳을까요, 아니면 실력이 갖춰진 뒤에 서는 것이 맞을까요? 저도 한때는 당연히 후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는, 스스로 음치인 줄도 모르면서 카네기 홀 무대에 오른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플로렌스 포스터

    음치가 카네기 홀에 선다는 것 — 실화의 배경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1868~1944)는 실제로 존재했던 미국의 아마추어 소프라노 성악가입니다. 그녀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뜨거웠지만, 객관적인 음정 정확도(pitch accuracy)는 프로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음정 정확도란 목표한 음과 실제로 낸 음 사이의 일치 정도를 뜻하는 성악의 기초 평가 기준입니다.

    그녀가 암 투병 중에도 공연을 이어갔다는 사실은 지금 봐도 놀랍습니다. 그리고 1944년, 그녀는 결국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공연장인 카네기 홀(Carnegie Hall) 전석 매진을 이뤄냅니다. 카네기 홀이란 1891년 뉴욕에 개관한 이래 세계 최정상급 클래식 연주자들이 서는 무대로, 그 자체로 음악계의 권위를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음치로 불리던 여성이 그 무대에 섰다는 것 자체가, 저는 처음엔 그저 웃음거리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녀의 남편 베이 필드는 공연 때마다 앞쪽을 돌아다니며 야유를 막고 관객 반응을 수습했습니다. 공연 기획과 관객 관리를 사실상 혼자서 감당한 것입니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녀를 향한 진심 어린 지지로 읽혔습니다.

    열정과 자기 인식 —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이 영화를 놓고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다른 반응이 나옵니다. 음치임에도 공연을 강행한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자기 객관화(self-awareness)가 결여된 무모한 행동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여기서 자기 객관화란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현실적으로 인지하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능력을 의미합니다.

    저는 솔직히 처음에는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실력이 없으면서 무대에 서는 건 민폐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니,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녀가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노래를 못한다고 할 수 있어도, 노래를 안 했다고는 못할 것이다." 이 문장은 자기 찬양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에 대한 선언처럼 들렸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제 학창 시절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던 친구였는데, 어느 날 학교 축제 무대에 혼자 올라가 춤을 춘 겁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무대를 마치고 내려왔을 때, 박수가 나왔습니다. 잘해서가 아니라, 그 용기에 대한 박수였다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플로렌스의 관객들도 결국 그랬습니다. 처음엔 술렁이고 야유도 나왔지만, 나중엔 한마음으로 그녀를 응원했습니다.

    무대 공포증(stage fright)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무대 공포증이란 청중 앞에서 수행 능력이 저하되거나 극도의 불안을 느끼는 심리적 상태로, 많은 공연자들이 경험하는 현상입니다. 미국 심리학회(APA) 조사에 따르면 공연자의 70% 이상이 크고 작은 무대 공포를 경험한다고 합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플로렌스가 그 두려움을 이겨냈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두려움이 없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무대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플로렌스의 공연에서 주목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카네기 홀 전석 매진 달성 (1944년)
    • 암 투병 중에도 공연 지속
    • 관객의 조롱에서 응원으로 반응이 전환
    • 남편 베이 필드의 공연 매니지먼트 역할
    • "노래를 안 했다고는 못할 것이다"라는 자기 선언

    남의 시선 vs. 내 경험 — 도전에 대한 실전 관점

    저도 오랫동안 남들 시선을 먼저 의식했습니다. 실력이 중간 이상이어도, 100% 완벽하지 않으면 앞에 나서는 것을 주저했습니다. 망신당할 것 같고,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그 주저함이 오히려 더 오래 발목을 잡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완벽함의 기준이라는 것 자체가 실체 없는 기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남들이 실제로 그만큼 엄격하게 평가하고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막상 무언가에 부딪혀봤을 때, 주변 반응이 제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덜 냉혹했습니다.

    퍼포먼스 심리학(performance psychology) 분야에서는 이런 현상을 '평가 불안(evaluation anxiety)'이라고 부릅니다. 평가 불안이란 타인의 시선과 판단에 대한 과도한 걱정으로 인해 실제 행동이 억제되는 심리 상태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실제 경험을 반복할수록 평가 불안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즉, 경험이 두려움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겁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그 경험 자체가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경험치(experience value)란 단순히 성공의 기록이 아니라, 실패를 포함한 모든 시도에서 축적되는 실질적인 역량입니다. 플로렌스가 보여준 것도 결국 이 경험치의 축적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녀가 음치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공연은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영화로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완벽한 실력을 갖추고 한 번도 무대에 서지 않은 사람보다, 부족하지만 끝까지 무대에 선 사람이 더 오래 기억되는 것입니다.

    플로렌스 포스터 젠킨스의 이야기는, 잘하는 것보다 하는 것 자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저도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실력 없이 나서는 것을 무모하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무언가를 앞에 두고 주저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일단 한 번 해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 한 번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 위에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큼 값진 결과도 없을 것입니다.


    참고: https://youtu.be/U6HHI5xfaRM?si=3r9Nas_W1nUZ0I5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