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가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끼신 적 있습니까? 저는 어느 날 문득, 밥을 먹으면서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제 자신을 보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저녁 우연히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접했는데, 두 시간이 지나도록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프랑스 플럼빌리지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수행을 담은 이 영화, 지금 마음이 어수선하다면 한 번쯤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플럼빌리지의 일상이 말해주는 것
혹시 마음 챙김(mindfulness)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마음 챙김이란 지금 이 순간의 감각과 생각, 감정을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수행법을 뜻합니다. 심리학에서는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쉽게 말해 마음 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임상 현장에 도입된 지 오래입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음 챙김 명상이 불안장애와 우울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다수 인정하고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이 영화는 틱낫한 스님이 프랑스에 세운 명상 수행 공동체 플럼빌리지의 일상을 가감 없이 담아냅니다. 제자들이 걷고, 밥 먹고, 노래하는 모습 속에서 수행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놀란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명상이라고 하면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모습만 떠올렸는데, 플럼빌리지의 수행자들은 걷는 것조차 하나의 명상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발바닥이 땅에 닿는 감각에 온전히 집중하는 경행(walking meditation), 여기서 경행이란 걸음 하나하나에 의식을 집중하며 천천히 걷는 명상법을 말합니다. 이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제 어깨가 조금 내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나레이션이 흐르는 동안, 틱낫한 스님의 젊은 시절 일기와 법문이 화면 위에 겹쳐집니다. 유명한 스님이라 어딘가 범접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자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어린 소녀의 엉뚱한 질문에도 진지하게 답하는 스님의 모습이 화면에 담겨 있었거든요.
그 장면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한 소녀가 키우던 강아지가 죽어서 너무 슬프다고 스님께 말합니다. 스님은 잠시 생각하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늘의 구름이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실은 비가 되어 땅에 내린 것이고, 강아지도 죽은 것이 아니라 땅에 돌아가 다른 생명을 키우는 존재가 된 것이라고요. 무상(無常), 즉 모든 존재는 고정된 형태 없이 끊임없이 변화하며 순환한다는 불교의 핵심 개념을 어린아이에게 이처럼 쉽게 풀어내는 스님의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제 경험상, 그 소녀가 그 말을 완전히 이해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반은 소녀의 마음으로, 반은 어른의 마음으로 그 말을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노래로 느낀 마음의 수행, 그리고 일상의 감사
영화에서 또 하나 제 마음을 건드린 것이 있습니다. 법문 사이사이, 수행자들이 함께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배경음악처럼 흘려들으려 했는데, 그 목소리들이 한데 모이는 순간 이상하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선율이 떠오릅니다. 노래 하나가 하나의 수행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으로 몸으로 느꼈습니다.
불교에서는 이처럼 소리와 노래를 통해 마음을 집중시키는 것을 범패(梵唄)라고 합니다. 범패란 부처의 덕을 찬탄하는 노래로, 마음을 고요히 하고 수행자 사이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기능을 합니다. 저는 그 장면 이후로 틱낫한 스님의 팬이 되었고, 스님이 남기신 책들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은 2022년 1월에 열반하셨습니다. 동시대를 살면서도 생전에 스님의 가르침을 더 일찍 접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이렇게 체감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제가 달라진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공기를 한 번 더 깊이 들이쉬게 되었습니다.
- 밥을 차려주시는 어머니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더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 불안하거나 초조할 때, 멈추고 숨을 고르는 것을 먼저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상호의존성(Interbeing)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틱낫한 스님이 직접 만들어 사용한 용어로,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홀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는 의미입니다. 집이 있고, 먹을 음식이 있고, 입을 옷이 있는 것. 저는 이것이 당연한 일상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 하나하나가 수많은 존재의 연결 덕분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마음 챙김 관련 연구에서도 일상적 감사 훈련이 주관적 행복감을 유의미하게 높인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심리학회).
결핍에 시선을 두는 것과 감사할 것을 찾는 것, 두 가지 중 어디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하루의 색깔이 달라집니다. 내 마음이 바뀌면 제 주변이 조금씩 달라 보이기 시작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가져온 것이 바로 그 시선의 전환입니다.
지금 마음이 좀 무겁거나, 이유 없이 지친 날이 계속되고 있다면 이 영화를 한 번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극장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조용한 방에서 혼자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작은 쉼이 될 수 있습니다. 멈추는 것이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이 영화가 조용히 알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