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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사실 록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퀸의 노래는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습니다. 라디오에서, 카페에서, 심지어 TV 광고에서도 불쑥 흘러나오는 그 음악들이 언젠가부터 귀에 익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느낀 감정은 단순한 감동 이상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이 이렇게까지 무겁고 외로웠구나, 라는 생각이 한참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 포스터

    퀸의 업적, 이렇게 가볍게 다뤄도 될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가 퀸의 음악적 성취를 너무 빠르게 지나쳐버린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거든요.

    퀸은 아트 록(Art Rock)이라는 장르를 대중화한 밴드로 평가받습니다. 아트 록이란 클래식 음악이나 오페라적 요소를 록 음악과 결합한 장르로, 단순한 반복 구조를 벗어나 복잡한 화성 진행과 다성부 보컬 편곡을 특징으로 합니다. 퀸의 대표곡 '보헤미안 랩소디'가 바로 이 장르의 정점으로 꼽히는데, 단일 곡 안에 발라드, 오페라, 하드 록이 혼재하는 구성은 당시로서는 파격 그 자체였습니다.

    영화는 이 곡이 탄생하는 장면을 꽤 흥미롭게 담아냅니다. 레코드사 프로듀서가 6분짜리 곡을 라디오에서 틀 수 없다며 반대할 때, 프레디가 끝까지 이 곡을 세상에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장면이죠. 저는 이 장면에서 제가 그동안 퀸의 음악을 그냥 '유명한 노래'로만 소비해왔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 곡 하나가 얼마나 많은 저항을 뚫고 나온 것인지를 몰랐으니까요.

    다만 영화가 퀸의 성공을 지나치게 빠르게 처리한다는 인상은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앨범을 냈더니 어느새 미국 투어를 하고 있는 식이랄까요. 실제로 퀸의 1, 2집은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했고, 1974년 킬러 퀸(Killer Queen)이 UK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비로소 가시화된 성공이었습니다. 영화에서 그 과정이 축약되어버리니 밴드가 얼마나 오랜 시간 버텨왔는지가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영화 속 퀸의 성공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퀸의 음악적 업적을 생각할 때 눈여겨볼 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다성부 보컬(Multi-part Vocal Harmony): 멤버 각자가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음악의 다양성을 확보
    • 장르 혼합: 오페라, 발라드, 하드 록, 글램 록을 자유롭게 넘나든 실험적 시도
    • 라이브 퍼포먼스: 스튜디오 음반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무대 재현력

    프레디 머큐리라는 인간, 그 외로움의 실체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부분은 퀸의 음악이 아니라 프레디 머큐리 개인이었습니다.

    영화는 그를 철저한 이방인으로 그려냅니다. 파키스탄계 영국인이라는 정체성, 독특한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양성애자(Bisexual)라는 성 정체성. 양성애자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성적·감정적으로 끌릴 수 있는 성적 지향을 뜻하는데, 1970~80년대 영국 사회에서 이는 공개적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정체성이었습니다. 프레디는 이 모든 것을 안고 무대에 올랐던 사람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프레디 머큐리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가 조금 편향됐었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화려한 무대 의상, 튀어나온 앞니,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 전설. 그게 제가 알고 있던 전부였으니까요. 영화를 보고 나서야 그 이미지 뒤에 얼마나 많은 외로움이 쌓여 있었는지를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메리(Mary Austin)와의 관계가 인상 깊었습니다. 프레디는 메리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백하면서 연인 관계는 끝이 납니다. 그럼에도 메리는 라이브 에이드 공연장까지 찾아와 그를 응원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슬프다는 감정과 함께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사랑보다 깊은 무언가, 그리고 그 관계가 서로에게 얼마나 절실했을지. 프레디에게 메리가 가장 필요한 사람이었을 거라는 건 제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에이즈(AIDS)에 대한 영화의 처리 방식에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AIDS란 HIV 바이러스에 의해 면역 체계가 손상되는 질환으로, 1980년대 당시에는 치료법이 없어 사실상 사형 선고로 여겨졌습니다. 프레디가 라이브 에이드 당시 자신이 HIV에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주장도 있는데, 영화는 이 설정을 달리 구성했습니다. 각색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에이즈 진단 이후 음악만이 자신의 답이라는 걸 알고 후반기 명반들을 잇달아 발표한 프레디의 예술적 극복 과정이 영화에서 충분히 담기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프레디 머큐리의 가장 빛나는 면이 거기에 있었을지도 모르니까요.

    라이브 에이드, 전설의 재현이 남긴 것

    라이브 에이드(Live Aid)는 1985년 에티오피아 기아 구호를 위해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동시 개최된 초대형 자선 공연입니다. 당시 전 세계 약 19억 명이 TV로 시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록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연 중 하나로 꼽힙니다(출처: BBC).

    저는 이 장면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동시에 가장 아쉬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 라미 말렉의 재현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프레디의 동선, 마이크 스탠드를 다루는 방식, 관객과 주고받는 호흡까지. 유튜브에서 실제 공연 영상을 찾아보면 그 재현도가 얼마나 세밀한지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 공연 장면 중간중간에 TV로 공연을 보는 관객들, 후원금이 집계되는 장면, 프레디의 가족 반응 등을 계속 삽입합니다. 음악도 중간에 끊깁니다. 저는 차라리 그 20분을 프레디와 관객 사이의 교감에만 집중해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연 자체가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으니까요. 편집이 오히려 감동을 희석시킨 느낌이 들었습니다.

    라미 말렉은 이 역할로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이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매년 수여하는 영화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남우주연상 수상은 그의 연기력이 업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입니다(출처: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전기 영화(Biographical Film), 줄여서 바이오픽(Biopic)이라고 부르는 이 장르는 실존 인물의 삶을 극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입니다. 이 장르의 숙명은 방대한 삶을 압축하다 보니 인물의 본질보다 사건의 나열에 그칠 위험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 역시 그 한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하지만 프레디 머큐리라는 인물이 가진 무게감 덕분에, 영화의 빈틈에서도 묘한 여운이 남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프레디 머큐리를 온전히 담아내는 데 부족했다는 의견도 분명 있습니다. 저도 그 아쉬움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가치 있는 이유는, 화려한 무대 뒤의 인간을 한 번쯤 들여다보게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스타를 동경하면서도 그 이면의 고독에는 무심했던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퀸의 음악이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프레디 머큐리라는 사람의 이야기로 한 번쯤 접근해보시길 권합니다. 그 후에 유튜브에서 실제 라이브 에이드 공연 영상을 찾아보시면 영화가 왜 그 장면으로 마무리를 선택했는지 조금 더 선명하게 이해되실 겁니다.

    퀸 라이브 에이드 공연


    참고: https://youtu.be/X0JaF0nxhxo?si=m98AhbdpjgORs2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