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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을 찾아 떠난 사람이 결국 돌아온 곳이 출발점이었다면, 애초에 떠날 필요가 있었을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그 질문을 머릿속에 달고 다녔습니다. 잘나가는 정신과 의사가 "행복이 뭔지 모르겠다"며 훌쩍 떠나는 설정이 처음엔 배부른 소리처럼 느껴졌는데, 끝까지 보고 나니 오히려 그게 제 이야기 같았습니다.

    꾸뻬씨의 행복여행 포스터

    행복의 정의, 정말 우리는 알고 있을까

    헥터는 미모와 능력을 겸비한 여자친구 클라라가 있고, 상담실은 환자들로 가득 차 있으며, 삶에 빈틈이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그는 정작 자신이 행복한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상담실에서 "저는 불행해요"라고 말하는 환자들을 매일 마주하면서, 어느 순간 헥터 본인도 행복의 정의를 잃어버린 것이죠.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헤도닉 적응(hedonic adaptation)이라고 부릅니다. 헤도닉 적응이란 인간이 좋은 환경에 익숙해지면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더 이상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말합니다. 좋은 것을 가져도 시간이 지나면 감각이 무뎌지는 현상, 저도 제 삶에서 꽤 오래 그 안에 있었다는 걸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인식했습니다.

    행복의 정의를 놓고는 의견이 나뉩니다. 행복이란 성취의 결과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시각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헥터가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러니까 재산을 쌓았지만 외로운 기업가, 전쟁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프리카 의사 친구, 가진 것이 없어도 평온한 티베트 승려들은 각자 전혀 다른 정의로 행복을 살아가고 있었으니까요.

    현재 감사, 습관이 되어야 행복이 된다

    티베트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식량 부족으로 투옥되고 가족까지 잃은 승려가 "저는 행복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인데, 처음엔 솔직히 그 말이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이 말하는 핵심은 '조건 없는 감사', 즉 미래의 목표가 아닌 지금 이 숨 한 번에 집중하는 삶의 태도입니다.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 분야에서는 이를 '감사 실천(Gratitude Practice)'이라고 정의합니다. 감사 실천이란 매일 의식적으로 현재의 좋은 것들을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습관을 통해 심리적 웰빙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감사 일기를 꾸준히 쓴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주관적 행복감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고 합니다(출처: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긍정심리학 센터).

    저도 나이를 먹으면서 비슷한 걸 경험했습니다. 어릴 때 주변에 있던 친구들, 저를 아끼던 가족들, 그 모든 것들이 당시엔 그냥 당연한 공기 같았습니다. 그 당연함이 지금의 제 낙천적인 성격과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절할 수 있는 태도를 만들어줬다는 걸 한참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의식적으로 감사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매일 작은 것부터 알아차리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현재 감사를 실천할 때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방법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하루 끝에 오늘 좋았던 것 세 가지를 떠올리기
    •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한 지인에게 짧은 안부 메시지 보내기
    • 부모님께 "고맙다"는 말을 지나가듯이라도 자주 표현하기
    • 출퇴근 중 핸드폰 대신 주변 풍경을 잠깐 바라보는 시간 갖기

    이게 거창한 자기계발이 아니라, 일상 속 마음챙김(mindfulness)의 시작점입니다. 마음챙김이란 현재 이 순간에 판단 없이 주의를 기울이는 심리적 훈련으로, 불안이나 우울 증상을 완화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음챙김, 여행이 아니라 시선의 전환

    헥터가 중국에서 기업가 에드워드를 따라다니는 장면은 저에게 꽤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돈이 있으면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영화가 직접 던지는 장면인데, 에드워드는 넘치는 돈과 인맥을 가졌지만 클럽에서 만난 여성이 자신의 애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행복과 돈 사이의 거리를 확인시켜줍니다.

    행복과 소득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들을 보면, 기본 생활이 충족된 이후부터는 소득 증가와 행복감의 비례 관계가 점점 약해진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옵니다. 실제로 갤럽(Gallup)의 세계 행복 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은 이후에는 주관적 삶의 만족도와 금전적 풍요 사이의 연결이 희미해지는 경향이 관찰됩니다(출처: 갤럽 월드 폴).

    그래서 저는 마음챙김이 특별한 장소에서가 아니라 시선을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헥터가 티베트에서 명상을 하거나 아프리카에서 친구 부인을 치료하며 느낀 보람, 그것이 결국 여행이 아니라 '지금 이 상황에 온전히 있는 것'에서 온 감정이었으니까요.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거창한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친구와 소소한 수다를 오래 나누거나 오랜 지인에게 갑자기 전화를 거는 것만으로도 그 감각이 살아납니다. 처음엔 어색하더라도 습관이 쌓이면 일상 자체가 달라 보이기 시작합니다.

    결국 행복은 돌아오는 자리에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헥터가 클라라에게 달려가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핵심을 단 하나의 이미지로 압축합니다. 세계를 돌고 돌아 결국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 곁으로 돌아오는 것, 그것이 행복의 정의를 찾아 떠난 여정의 결론이었습니다.

    저는 이 결말이 "여행은 소용없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여행이, 혹은 일상에서 잠깐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없었다면 헥터는 클라라의 소중함을 여전히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이란 목표 지점(destination)이 아니라 현재를 감각하는 방식(process), 즉 과정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제 안에서 더 단단해졌습니다.

    일상이 무료하다고 느껴질 때, 저는 지금도 그 영화 마지막 장면을 떠올립니다. 어쩌면 저에게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행복은 이미 가까운 자리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가끔은 그 자리를 의식적으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한 사람에게 먼저 연락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참고: https://youtu.be/n8_dqUogs0Y?si=1_E_1sKaMQO_JsOW